협동조합 우리 낙원조합원들 왼쪽부터 상인회 부회장 엔젤음향 장민성 대표, 유일뮤직 유강호 대표, 태일건설 은동기 사원
서울도시재생기업(CRC), 협동조합 '우리의 낙원',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낙원
우리가 살길은 '상생'이라는 합의에 이르러 '악기'라는 자기들만의 콘텐츠로 지역과 상가의 역사성을 지키고 싶다는 협동조합 '우리의 낙원'. 상인과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좋은 CRC 모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 도시재생기업(CRC) '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의 약자로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법인)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는 기업낙원상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번화한 도심이었던 종로에서 음악의 메카로 군림해왔으나 도심 상권이 오랜 시간동안 침체된 외곽으로 이동한 외곽으로 이동한 곳곳의 중심지였다. 그러자 상인들은 스스로 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였다. 상인회, 건물운영자, 홍보회사가 힘을 합쳐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난해 '우리의 낙원'이라는 이름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해 서울도시재생기업(이하 서울CRC)으로 선정됐다. 상인들이 주체가 된 도시재생기업으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협동조합 우리의 낙원'에 대해 유강호 협동조합 이사에게 들어봤다.
Q. 먼저 협동조합 우리들의 낙원의 설립 배경을 말해 주세요.1980년대까지만 해도 낙원상가는 음악의 메카였습니다. 악기를 사지 않아도 음악가들이 일자리를 찾아 모였어요. 그러나 밴드 음악 시대가 끝나고 2000년대 들어 온라인 쇼핑이 활발해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위기를 맞았습니다. 도심 상권도 쇠퇴했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 상인회를 중심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낙원상가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Q. 이익 추구를 생각하면 더 번화한 곳으로 이전했어도 좋았을 텐데.낙원상가의 상인 대부분은 수십 년 동안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왔고, 대를 이어 사업을 하는 회사도 꽤 있습니다. 무엇보다우리는음악이라는공통점으로한공간에모여있잖아요. 함께하는 시너지가 훨씬 크네요. 상가 건물주이자 관리를 맡고 있는 대일건설과 브랜딩 전문회사 신시아가 협력해 낙원상가 재생에 나섰습니다. 상인의 삶과 꿈을 콘텐츠로 만들고 상인의 재능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상인들도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며 재능기부에 적극 나섰습니다.
Q. 구체적으로 낙원상가에서 어떤 사업을 했나.5년 전부터 상가에서는 자체적으로 악기 나누기 캠페인, 벼룩시장, 애완견 악기 캠페인 등을 벌여왔습니다. 악기 나눔 캠페인은 시민들이 사용하지 않는 악기를 서울시교육청이나 서울시에 기부하면 상인들이 모두 수리하여 악기가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사업입니다. 지금까지 1만여 점의 중고 악기가 낙원상가에서 새로운 악기로 변신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또 반려악기는 누구나 1인 1악기를 연주하자는 캠페인이죠. 피아노 바이올린 같은 전문적인 악기가 아니라 쉽게 배울 수 있는 우쿨렐레 칼림바 등을 생활 속에서 즐기게 하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입니다. 낙원상가의 오랜 고객인 뮤지션들이 SNS에 자신의 반려악기 연주를 들려주었으며, 상인들이 매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연주법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낙원상가는 악기 구입뿐 아니라 청음, 조율, 수리 등 악기 관련 서비스 전반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Q. 이미 자발적으로 상가에서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진행해 왔는데 협동조합을 만든 계기가 있을까요?5년간 사업을 했기 때문에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낙원상가를 대표하는 주체가 누군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상인회는 친목단체일 뿐 특정업체를 세우지 못했어요. 그래서 행정적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교육청과 악기 나누기 캠페인을 진행해 왔지만 참가업체를 하나로 묶을 만한 대표기구가 없어 행정처리가 복잡했습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재능기부에 머물 수 밖에 없었습니다.
Q, 현재 협동조합 구성원은 어떻게 돼 있나요?상인들을 대표해서 저와 상인회 부회장이 이사를 하고, 태일건설에서 2명이 신시아에서 1명이 협동조합 이사를 하고 있습니다. 태일건설은 상가건물주로서 건물 및 상가운영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에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고 협동조합에 필요한 것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신시아는 브랜딩 전문가에요 협동조합 설립 이전에도 '우리의 낙원'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홍보했습니다. 우리의 낙원협동조합이 CRC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고, 현재는 도시 재생 코디네이터 역할을 자임하며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사업의 초석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낙원상가 재생의 일환으로 진행해 온 악기나눔 캠페인, 반려동물 악기 캠페인, 낙원감사절 행사 모습
Q. 2020년 8월 서울 CRC로 선정되었는데, 낙원상가는 도시재생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구도심에 위치해 건물 자체가 오래돼 재개발 이슈가 있었습니다 2007년 경에는 인근의 세운상가처럼 상가 이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건물 등급 평가에서 낙원상가는 매년 B등급입니다. 튼튼하게 지은 건물로 관리도 잘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빌딩 안에 악기 상가뿐만 아니라 영화관, 시장, 아파트 등의 많은 주체가 있어 복잡한 구조입니다.
재개발로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킬 만한 뾰족한 수가 없는 데다 재개발로 이전한 다른 상가의 결과를 보면 역시 재개발은 좋은 대안이 아니었습니다. 대일건설과 상인들 사이에 '우리가 사는 길은 공존'이라는 합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악기라는 오리지널 컨텐츠로 지역과 상가의 역사성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도시재생 토론회에 참석해 상인회가 추진한 프로젝트의 수익 구조를 잘 만들면 지역과 공동체가 상생할 수 있는 좋은 CRC 모델이 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얻었습니다.
Q, 센터에서 열린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고 들었어요. 도움이 되었나요?협동조합 설립 전 서울시 도시재생지원센터의 4step 프로그램을 통해 CRC 사례탐방, 사업계획서 작성 등 다양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원래 상가 공동체가 추진해온 사회적 사업을 확대하자는 뜻에서 시작한 도전이었는데, 교육을 받고 시야가 넓어졌다는 말씀이신가요? 상가뿐 아니라 지역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한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또한 저희 구성원은 30~40년간 사업을 운영한 상인이기 때문에 각자의 사업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CRC 사업의 구조는 일반 영업장과는 달라요. 체계적인 회계관리와 예산관리를 익혀 이익을 재투자하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하고 선순환하는 시스템을 발견하였습니다. 얼마나 이익을 창출하고, 재투자하고, 환원할 것인가를 계속 논의하고 있습니다.
4step 프로그램이란?서울도시재생기업(CRC)이 지역재생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성장과 자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CRC 멘토링, 긴급출동 CRC119, CRC 홍보 및 판로개척, CRC 기업간 연계 등 4step에 기반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낙원상가 상인회 회장을 역임한 후 협동조합 '우리의 낙원'을 설립한 유강호 이사.
Q. 협동조합의 우리 낙원이 기대하는 지속가능성은 어떤 것입니까?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렵고 불안한 상태로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현재 상가 내 업체가 198개인데 종업원과 건물관리팀까지 합치면 낙원상가에서 일하는 사람이 천 명이 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악기 나누기 캠페인이 악기업체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AS가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의 특성과 오랜 경력의 노하우가 낙원상가만의 장점입니다.
그동안 서울시교육청, 함께걷는아이들, 장애인복지회 등과 사업을 해왔는데,나권낙원상가의 이름을 걸고 본격적으로 중고악기 수리 사업을 벌이면 많은 업체가 폐업 위기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악기나눔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업체가 균등하게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분배하고 있습니다.
Q, 서울 CRC로 선정된 후 협동조합이 새로 시작한 사업도 있나요?캠페인으로 벌여온 반려악기 사업을 확장하고 온라인 공판에 나설 생각입니다. 이미 네이버 스토어, 카카오 등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품목을 올릴 준비를 마쳤습니다. 악기 전문가들로 가득한 낙원상가를 세워놓고, 생활 속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악기를 추천해서 상인들이 직접 악기 파트너가 되는 거죠.
'악기 공유' 사업도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최상급의 악기를 아마추어 뮤지션에게 대여해 주는 대여 사업입니다. 예를 들면 베이스 기타 안에 포데라라는 브랜드가 있어요. 굉장히 비싼 명기네요. 직장인 밴드나 대학생들에게 1,2주 실비로 빌려주고 있어요. 일반 수입업체들에 비해 판매나 수리 등의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훨씬 저렴한 가격에 악기를 대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낙원상가 2층 청음공간
악기나눔 사업 수리·보관이 이루어지는 지하 1층 공간
Q. 도시재생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한 협동조합의 과제는 무엇인가요?태일건설은 상가에 협동조합을 위한 공간을 2개 마련해 주었습니다. 2층 상가 입구에 있는 청음 공간과 지하 1층에 있는 수리 공간입니다. 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또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체 상인들을 조합원으로 끌어들이는 일입니다.
악기 상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조사가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현악기, 관악기, 피아노, 음향 등 4~5개의 악기종류에 의한 모임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연령대별, 취미별로 사조직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각자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의 목표와 역할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협동조합의 목표는 무엇인가요?도시 재생은 상생을 위한 방법입니다. 코로나 19로 음악업계는 심한 타격을 입었어요. 앞으로도 악기업계는 계속 부침이 있을 겁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은 음악을 생활 속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는 모든 업체가 합심해 음악 진입 장벽을 낮추고 많은 소비자가 이를 공감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낙원협동조합'이 음악을 통해 만들어가는 선순환을 기대하십시오.
문_원영인(빈빈)사진_박상국(일오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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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우리들의 낙원'
사업지 창덕궁 앞 도성 한복판(종로구 낙원상가) 설립일 2020년 8월 20일 조합원 2021년 4월 현재 5인(상인회 2인, 태일건설 2인, 신시아 1인) CRC타입 지역사업형 CRC 주요사업 공공시장악기 공동판매, 악기대여, 반려악기체험프로그램, 악기나눔, 낙원상가 로컬상품(배지, 폰스트랩,판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음악에 기반한 공동체 만들기 해법,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_기존에 추진되어 온 악기 나누기 캠페인 및 반려악기 수익 창출, 악기 공유 사업 시작.음악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만들기_건물관리업체, 상인회, 홍보업체가 힘을 합쳐 만든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악기에 대한 장벽을 낮춘다.
서울도시재생기업(CRC) 발굴·육성·지원사업 추진